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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채무자 보호법, 있는데 왜 없죠?”···‘부모 빚’ 대학생 국회에 편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관리자 2026-07-14 조회수 18

“취약계층 채무자 보호법, 있는데 왜 없죠?”···‘부모 빚’ 대학생 국회에 편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재흥 기자2026. 7. 14. 06:04






































































  

금융사 추심 유예 거절에 ‘막막’
대상 요건 고시해야 할 금융위
“일률적으로 규율 어려워” 난색
   









                              대학생 A씨(20)가 취약계층 채무자 보호 체계에 허점이 있다며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사본. 한창민 의원실 제공

“저는 대학생이자 한 가정의 자녀입니다. 이 편지는 개인 민원이 아니라….”

대학생 A씨(20)는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24명 전원과 국회의장 등 25명에게 취약계층 채무자 보호에 허점이 있다며 편지를 썼다. A씨의 가정은 지난해 3월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로 지정돼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를 받고 있다.

A씨가 고등학교 2학년때인 2023년부터 부모님의 고용 불안 등으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아버지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에서 빌린 고금리 대출의 원리금을 갚다가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들은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10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채무규모는 약 1억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A씨는 이대로는 빚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다. 부모 대신 빚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 헤매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A씨는 우여곡절 끝에 상환 능력에 맞춰 감면된 원금을 갚아나가는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까지 약 1년 간 채권자인 금융사 10곳에 추심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사들의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A씨의 요청으로 추심을 잠정 중단한 금융사도 있었다. 그러나 카드사와 대부업 등 2곳은‘개인채무자보호법이나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기초수급자 채권 추심을 중단해야 한다는 규정이 부재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급명령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추심을 이어갔다.

A씨는 경향신문과 13일 통화에서 “빚을 아예 없애 달라는 게 아니라 갚을 환경이 될 때까지만 유예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막막했다”고 말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추심 제한 대상을 규정하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관한 정의가 모호해 현장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추심이 중단되는지 여부도 금융사마다 판단이 제각각이다. 법 취지를 살려 구체적인 취약계층 추심제한 기준을 명시해달라는 요구와 법령으로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접근하되 최소한의 기준은 제시해야 금융사와 채무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사례의 경우 ‘공공부조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등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취지상 추심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령 13조 5호에는 ‘공공부조나 개인 금융채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개인금융 채권으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개인금융 채권’을 추심 제한 대상 중 하나로 규정했다.

공공부조란, 국가 등이 생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최저한도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보장 제도로 기초생활수급제도도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위가 정하여 고시하는’ 이 대목이다. 2024년 10월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과 시행령에서 해당 부분을 구체적으로 고시로 정하도록 했으나 금융위는 지금까지 공공부조나 생활 안정을 위해 추심 제한이 필요한 채권이 무엇인지 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금융위에 질의한 내용을 보면, 개인채무자보호법과 같은 법 시행령상 금융위가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은 총 45개이지만, 현재까지 31개 사항이 미규정 상태로 남아있다.

금융위는 취약계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유형이 수십개가 될 수 있어 애매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금융위는 “공공부조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정의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으며 특정 취약계층에 해당하더라도 재산 등 상환 능력이 있을 수 있어 법령으로 일률적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외 다른 사항은 앞으로 발생할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워둔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는 대신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서 관련 내용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중증환자 등으로 사회적 생활 부조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추심을 중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취약 채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현장에선 금융위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증환자 이외에도 취약계층이 빚 독촉으로부터 폭넓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명수 사단법인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장은 “현장에선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금융사에 추심 중지 요청을 이미 하고 있다. 수용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강제성 있는 법률의 고시를 두고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금융위가 채무자 보호를 위한 고시 등을 마련하지 않아 금융사들이 기초생활수급자 처지의 서민들을 추심으로 괴롭히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포용금융 정책에 정면 배치되므로 즉각 위임사항 관련 규정 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말하는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추심 제한이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몸이 아프지 않은 경우에도 추심 제한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있을 수 있다”며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기준 자체를 만들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5.1%로 이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인 것은 명백하다”며 “정책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기준은 충분히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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